제주도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이자 생태 보존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오랫동안 관광 중심 지역경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제2공항 추진, 대형 리조트 개발, 숙박시설 과잉 공급 등으로 인해 자연환경 훼손과 지역사회 갈등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난개발 방지를 위한 환경 규제와 개발 조례를 강화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정책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개발 예정지 앞에 펼쳐진 산림과 눈 덮인 산의 대비 이미지
자연 보호와 난개발 이슈가 충돌하는 지역 개발

제주 제2공항 추진과 개발 논란

제주 제2공항은 2030년까지 연간 1,800만 명 이상의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국책사업입니다. 서귀포시 성산읍이 후보지로 확정되었으며, 정부는 기존 제주국제공항의 과밀 문제 해소와 관광객 유입 증가에 따른 인프라 부족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2공항 예정지는 곶자왈 숲, 용암동굴, 멸종위기종 서식지 등으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고,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도 핵심적인 환경 훼손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제2공항 개발은 2019년 국토부 공론조사에서 도민 다수의 반대 의견이 확인되었고, 환경부 역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여러 차례 보완을 요청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은 계속 추진 중이며,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민사회 간의 의견 충돌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려 있으며, 성산읍 인근 주민들은 고용과 소득 효과를 기대하지만,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리조트·숙박시설 확장과 자연 훼손

제주의 난개발은 제2공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주 서귀포, 조천, 한림 등 중산간과 해안지역에는 수년간 대형 리조트와 펜션, 풀빌라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서며 곶자왈 숲 훼손, 토지 유출, 해안선 잠식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 과정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고, 개발 후에는 사후 관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대표적 사례로, 조천읍의 A 리조트 개발은 인근 삼림 6만㎡를 훼손했고, 그 영향으로 하천 수질 악화와 지하수 고갈 문제까지 야기된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또 해안선 주변 고급 숙박시설들은 경관을 해치거나 공공 접근을 제한하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습니다. 공공 해변이 ‘사유화’되는 현상은 제주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형 자연림을 벌채하고 골프장과 숙박시설이 들어서면서 실제 생물다양성 감소가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제주 환경 정책과 개발 규제 현황

제주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몇 년간 환경 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는 '제주 환경정책 기본계획 2030'을 새롭게 수립하고, 곶자왈 보호 확대, 해안 개발 제한 강화, 산지전용허가 기준 상향 등 다양한 규제를 시행 중입니다. 특히 제주 환경보전기본조례에 따라 연면적 1만㎡ 이상 개발 사업은 반드시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며, 미이행 시 사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도록 규정이 강화되었습니다.

또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확대, 람사르 습지 등록 추진 등 국가 차원의 보호구역 지정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제도와 실제 현장 적용 사이의 간극입니다. 이미 승인된 사업에 대한 관리 부족, 불법 개발에 대한 미온적 대응,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행정적 판단의 일관성 결여 등이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지역별로 기준이 모호하거나, 개발업체와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도 있어 행정 신뢰도 회복이 과제입니다.

관광 개발과 자연 보전, 공존은 가능한가

지속 가능한 개발은 제주 지역의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관광객 증가에 따른 인프라 확충은 필연적이지만, 지금처럼 자연을 기반으로 한 지역에서 ‘속도 중심’ 개발만을 강조할 경우 제주가 가진 고유 생태자산은 장기적으로 손상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관광객 1,500만 명 시대에 대비한 교통, 숙박, 오폐수 처리 인프라는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환경 부하를 최소화하는 설계가 동반돼야 합니다.

해외 사례로는 뉴질랜드, 핀란드, 캐나다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생태 관광, 탄소 중립 숙소, 주민 주도형 관광 설계 등을 통해 자연 보전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주 역시 단기 수익 중심의 개발보다 생태적 기반 위에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지역 주민의 참여, 의사결정 권한 강화, 환경 감시 시스템 투명화 등도 필수 요소입니다.

결론: 제주 개발과 환경, 지속가능한 균형이 필요

제주 제2공항과 리조트 개발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훼손과 지역사회의 갈등은 분명히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지금까지의 개발은 '선 허가, 후 보완'식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고, 이는 사후 관리 부재와 규제의 실효성 부족으로 이어졌습니다.

앞으로는 사전 환경 영향 검토의 내실화, 개발 허가 기준의 일관성 강화,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의 실질적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합니다. 관광과 환경, 지역사회가 공존하는 제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기 이익을 넘어선 정책 연속성과 실질적 행정 감시 체계가 필요합니다. 제주 난개발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이며, 지금이 바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입니다.